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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도 규제에 발목…소비자 불만 폭주(매일경제 2018.9.21 이석희기자)

에어비앤비 이용 국내여행객 5년 연속 꾸준히 증가하는데 현행법은 도시거주 민박 불허
카풀 등 승차공유 서비스는 출퇴근 때 예외로 허용되나 해석 두고 불법 논란만 지속
정부·국회는 규제혁신 소극적
 
공유 숙박, 승차 공유 등 해외에서 활성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공유경제 산업들이 국내에선 규제에 가로막혀 발걸음조차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기존 이해집단인 호텔·모텔 등 숙박업계와 택시업계의 반발을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이 규제개혁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들 불만도 커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에어비앤비 이용객 중 내국인의 비율이다. 지난해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내국인 관광객은 약 117만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65%로 나타났다. 50만명이었던 2016년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2013~2017년 5년 연속 국내 에어비앤비 이용객 중 내국인 관광객의 비율은 꾸준히 증가했다. 공유 숙박에 대한 국내 여행객들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법상 지방이 아닌 도시 지역에서 내국인 관광객에게 자신의 숙소를 내주는 것은 불법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은 도시에 거주하는 이들이 민박을 내주는 행위를 외국인에게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17만명 중 일부는 지난해 불법 영업 숙소를 이용했다는 이야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내국인에 대해서도 도시·지방 구분 없이 공유 숙박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행객들은 호텔·모텔·펜션 등 기존 숙박 서비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동시에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여행이나 출장으로 집을 비울 때 이를 제공하고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출퇴근 카풀로 대표되는 승차 공유 서비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택시기사 고령화와 소득 감소로 인해 출퇴근 및 심야시간대에 택시 수요와 공급의 극심한 불일치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풀이 각광받았지만 현행법은 자가용의 유상운송을 금지하고 있어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엔 유상운송을 예외적으로 허가하고 있지만 이 `출퇴근 때`에 대한 해석을 두고 불법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어디서나 보이지만 어디에서도 잡히지 않는 택시에 대중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유 숙박과 승차 공유 분야의 규제 개선에 나섰지만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기존 숙박업계와 택시업계는 자신들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며 집회·시위를 개최하고 반대성명서를 내는 등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규제·제도 혁신 해커톤(토론회)을 개최하며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공유 숙박은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고 승차 공유는 택시업계의 불참으로 대화의 장 자체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 역할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내국인 공유 숙박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규제프리존특별법이나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번번이 처리가 무산되고 있다. 승차 공유는 규제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법안이 발의되고 있다. 출퇴근 때를 오전 7~9시와 오후 6~8시로 제한하거나 아예 출퇴근 때도 카풀을 금지하는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만 나오고 있다.
 
공유 숙박과 승차 공유업계에선 새로운 서비스의 활성화가 기존 산업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이상현 에어비앤비 한국 정책총괄 대표는 "지도에서 에어비앤비가 있는 지역과 호텔이 있는 지역을 겹쳐보면 76% 이상이 겹치지 않는다"며 "오히려 에어비앤비를 통해 여행산업이 활성화되면 전체 숙박시장 역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승차 공유업계 관계자도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 시간대에 카풀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택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규제혁신이 기약 없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여름휴가를 다녀온 채 모씨(55)는 "식구가 4명이라 성수기에 원하는 숙소를 찾기가 어려워 휴가가 늦어졌다"며 "해외여행을 할 땐 도시마다 에어비앤비가 넘쳐나 숙소를 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는데 국내에선 호텔이나 펜션을 잡지 못하면 다른 대안이 없어 답답했다"고 전했다. 직장인 박 모씨(28)는 "야근이나 회식이 끝나고 밤늦게 집에 가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다 20~30분을 호출해도 잡히지 않았던 경험이 많아 이젠 아예 엄두조차 못 낸다. 차라리 근처 찜질방을 가거나 밤 12시가 넘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택시를 잡는다"며 "나뿐만 아니라 대다수 사람이 겪는 불편이 몇 년 더 계속돼야 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석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 원문 :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8&no=5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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