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공유’ 시대가 열렸지만, 공유에 대한 시민 체감도는 제자리 걸음이란 게 현실적인 평가다. 관에서는 ‘공유문화’ 확산을 위해 행정력을 쏟아 붓고, 상업적으로 ‘공유경제’가 떠오르고 있는데도 정작 시민들은 “어떤 공간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잘 모른다. 이에 민간영역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휴공간으로 놀고 있는 곳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거나 아예 시민 자생적 공간을 만들어가려는 시도다. 예산, 인력 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력이 지역공동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광주재능기부센터(남구 화산로 30)는 광주의 거점 공유센터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유휴공간이었던 진월국제테니스장 건물에 2016년 7월, 터를 잡고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공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재능기부센터, ‘유휴공간’ 발굴 지역자원화 선도
광주시 위탁으로 운영 중인 공유센터에선 다양한 물품 공유가 이뤄지고, 센터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하고 있는 나머지 시설도 무료 대관(연중무휴, 오전9시~오후9시) 한다. 프로그램실 1·2(20명 수용)에선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공유커뮤니티(30명)에선 모임, 동아리 활동이 이뤄지며, 공유카페(50명)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하다.
또한 센터 내 마련된 ‘공유오피스’는 오는 1월 중 이용자를 공개 모집 예정할 예정이다.
한 공간을 10개의 개인 및 단체가 사무실로 나눠 쓰는 형태다. 임대료는 없고 전기세는 분담하며 집기류, 주방 등을 공유하게 된다.
광주재능기부센터는 다른 민간영역의 공간들을 ‘공유’라는 카테고리로 엮어내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미 재능기부센터 자체가 지부 개념으로 ‘남광주센터’와 ‘신가센터’ 등으로 확장됐다. 누구라도 편하게 들러 쉴 수 있고 어떤 일이라도 도모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한다.
이밖에 센터는 광주시가 운영 중인 ‘공유 포털’ 사이트에 민간영역의 공유공간들을 소개하는 사업을 맡았다. 현재까진 관공서 위주의 정보제공만 이뤄졌다면, 2~3월 중 민간영역의 공유자원에 대한 정보가 게재될 예정이다. 센터는 작년 4월부터 공유포털 관리·운영 위탁을 맡았다.
장우철 재능기부센터 사무처장은 “공공기관의 공간은 보통 주간에 개방하고 주말에는 문을 닫아 시민들의 이용에 제약이 많은 게 현실”이라며
“보다 활용도가 높은 민간영역의 공유공간 정보가 제공되면 선택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 사무처장은 “공공영역에서 야간·주말 공간개방은 인건비 추가 발생 등의 문제로 지속성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며 “공유공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민간영역을 발굴, 지원하고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구문화의집(광주 북구 대천로 86)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 공유 공간이다. 문화근린공원 내에 위치해 산책하던 시민들이 들러 잠깐 쉬어갈 수 있고, 잠깐 들렀다가 교육생이 되기도 한다. 크기는 작지만,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공유의 질을 높이고 있다.
▲북구문화의집, 공간공유 넘어 ‘시민 자생력’ 확장 북구문화의집은 광주 북구에서 민간위탁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기관으로서 공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갖는 구조다. 특히 ‘콩심단’이라는 마을활동가 중심의 주민협의체가 문화의집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서 마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월요일 휴관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간이 개방된다.
카페처럼 꾸며진 상상카페는 빔 프로젝트, 회의테이블, 스크린, 등 모임과 동아리 활동이 가능한 공간으로 무료 대여한다. 50명 이상 수용 가능한 문화관람실은 시간당 2만 원의 대여료를 받고 있다.
특히 북구문화의집의 ‘거실’로 불리는 복도 공간은 짜투리 공간 없이 공유 공간들로 거듭났다. 착한 목공소, 상상다락방, PC 공유실 등이 모두 열린 공간에 모여 있다. 지난해 광주시 공모 사업으로 마련된 ‘당신의 아날로그를 공유합니다’라는 공간도 거실 한켠에서 은은한 감성을 뿜어내는 중이다. 박우주 북구문화의집 교육팀장은 “물리적으로 공간을 공유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 공간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매개하는 역할도 중요하다”며 “문화의집이 그런 만남의 장이자 공유의 의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 팀장은 또 “문화의집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사업이 광주시 공모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민-관의 적극적인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주민 개개인을 넘어 지역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 역할로서 확장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북구문화의집 내 ‘거실’로 불리는 공유공간. |
북구문화의집 내 우드공방. |
재능기부센터 내 공유카페. |